여자들이 늦게까지 놀아야 하는 이유

여자들이 지금보다 다른 남자들과 훨씬 더 많이, 자주, 그리고 찐하게 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자친구/와이프가 있는 남자들도 다른 여자들이랑 친하게 안 지내면 되지 않느냐’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건 하향평준화라고 본다. 서로가 서로를 가두는 거다. 가뜩이나 다양한 인간관계로부터 유리되는 요즘 세상에서, 나갈 수 있는 자리의 조건을 더 엄격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적 자살행위다. 서로를 더 외롭게, 그래서 서로를 더 상호 의존적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보다 더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라도 각자의 삶은 좀 더 다채로울 수 있어야 한다.

질투라는 감정이, 연인 혹은 배우자에 대한 소유욕이, 지금보다는 좀 더 부정적으로 여겨졌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나는 내 꺼’다. ‘난 니꺼, 넌 내꺼’ 같은 식의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나는 한국 사회의 많은 문제가 타인에 대한 주제넘은 소유욕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소유욕이 좋은 예다. 상대가 주체적인 개인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누가 나에 대해 월권행위를 하려 들면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부모일지라도, 직장 상사일지라도, 연인 혹은 배우자일지라도.

여자들이 막 나다닐 수 있게 되면,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의견들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 그녀들의 커리어도 탄력을 받기 쉬워질 거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역량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회사 밖 네트워크는 큰 공헌을 한다. 주변에서 나름 성공하고 있다는 사람들 중, 좋은 네트워크의 뒷받침을 안 받은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한국같이 바쁜 사회에서, 그러려면 늦게까지 놀 수 있어야 한다. 늦어서 안 돼, 남자가 있어서 안 돼, 이러저러해서 안 되면 여자들에게는 너무 기회가 없다.

그리고 그래야 더 좋은 남자들을 만날 수 있다. 내 남친, 내 남편보다 훨씬 좋은 남자들이 널려 있다는 걸 알아야 된다. 그래야 여자들도 아쉽지 않아질 거고, 그래야 남자들도 정신 차리고 더 좋은 연인, 더 좋은 배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될 거다. 사실 연인 혹은 배우자에 대한 지나친 구속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그만큼 부족해서일 가능성도 크다. 다른 남자를 만나도 여전히 사랑받을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까지 열낼 필요는 없지 싶다.

 

최근에 성평등 관련해서 생각해볼 기회가 많아서 일기장에 끄적이다 보니 쓰게 된 글. 딱히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ㅋㅋ

 

페이스북에도 이 글을 올렸는데, 예상치 못하게 많은 분들이 가열차게 의견을 붙여주셨네요. 이대로 두긴 아까워서 링크 올립니다. 특히 권성민님과의 대화 내용이 볼 만해요!

여자들이 늦게까지 놀아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