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인류, 그리고 불평등

인공지능의 발달이 인류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의 발달을 멈추거나 발전 속도를 제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려면 기술의 발전을 주도하는 모든 집단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특정 대안에 합의해서 실행으로까지 옮길 수 있어야 하는데, 인간이 그와 같은 정도로 상호 협조적인 태도를 보여준 적은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프레온 가스 사용을 중단했을 때 정도가 유일하지 않았나. 아마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하는 정도가 매우 명료하고 심각해지기 전까진 전인류적인 협력이 불가능할 거다. 전인류적인 협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인공지능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견고해져 갈 거고. 결국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고야 말겠지.

지금과 같은 속도대로라면, 프레온 가스로 인해 뚫렸던 오존층의 구멍은 21세기가 지나가기 전에 완전히 메워질 거라고 한다. 프레온 가스의 위협이 명료하고 심각하게 인식된 후에도 인간에게는 이를 만회할 시간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인공지능의 경우는 다르다. 우선 프레온 가스와는 달리 인공지능은 멈춘다고 위협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되돌려야지만 위협이 사라진다. 그런데 인간에게 과연 이미 인간 못지 않게, 혹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인간보다 우수한 인공지능을 되돌릴 능력이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아닐 경우, 최악의 경우 영화 ‘매트릭스’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은 이미 꽤 놀라운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미국 증시 거래량의 80%는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로봇은 간단한 기사 – 야구 중계, 일기예보, 증시 현황 – 들을 쓰기도 한다. 심지어 작곡도 한다. 프로 연주자조차도 해당 곡이 기계에 의해 작곡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다.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어서, 인간은 머지 않은 미래에 거의 모든 영역에서 로봇보다 잘 하는 게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보다 우월해지는 시점을 ‘특이점’이라고 하는데, 현재 구글의 이사로 있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같은 사람은 특이점이 빠르면 2035년께 올 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관점에 따라서는 채 20년도 안 남았다고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커즈와일이 묘사하는 특이점 이후의 세계는 꽤 긍정적인 편이다. 그는 설령 인공지능과 인류가 대립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영화에서처럼 한두 명만 저항하는 게 아니라 수십억 인류가 함께 대응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주장한다. 물론 반대되는 의견들도 있다. 빌 게이츠, 스티븐 호킹 등이 대표적인 예다.

재미있는 건, 특이점 이후의 사회에 대한 태도와 상관없이 대안의 모습은 꽤 비슷하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인공지능 기술을 보급하는 것’. 인공지능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인공지능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커즈와일의 말처럼 수십억 인류가 인공지능 기술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도우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얼마 전 설립된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기관 Open AI가 대표적인 예. 이 기관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엘론 머스크, 팰런티어의 피터 틸, 링크드인의 리드 호프만, Y 컴비네이터의 샘 앨트먼, 잡스의 멘토 앨런 케이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재앙이다. 수많은 일자리들을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은 필연적으로 인간을 대체한다. 대신 과거에는 기술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은 만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했다. 그리고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의 수가 없어지는 일자리 수보다 많았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렇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직업은 트럭 운전이다. 그리고 무인차는 그야말로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운전수가 필요 없는 세상에서 이 사람들은 앞으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해야 할까? 재교육? 회의적이다. 어차피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테크 회사들이 고용할 수 있는 직원의 수는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새롭게 창출되는 일자리인데, 인공지능 기술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대부분 너무 ‘구리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이다. 유튜브에서 포르노 영상 삭제하기, 아마존에서 스팸이나 상업적인 리뷰 걸러내기, 차 타고 다니면서 카메라로 열심히 촬영해 구글 지도 업뎃하기 등. 나중엔 이마저도 기계가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인공지능 기술이 현재 만들어내고 있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이런 것들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계속해서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위한 데이터를 주입하고 다듬는 일들. 우리가 생각하는 쿨한 직업들, 그러니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인공지능 개발자 등은 정말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구글의 시가총액은 어느새 월마트보다 커졌지만, 구글은 월마트의 1/10도 고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극소수의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소득을 독점해 나가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전체 소득의 약 20% 정도다. 반면 하위 1/4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실질 소득은 거의 무려 30년 동안이나 제자리걸음을 치고 있다.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알고리즘 경제’와 ‘불평등’은 어쩌면 거의 동의어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인류의 미래를 걱정할 시간이 있으면, 지금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격한 경제력 격차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인간을 위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가장 쉽게 제시되는 대안은 기본소득이다. 개인적으로 기본소득은 어차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하게 사는 걸 피할 수 없을 바에야, 그래도 좀 살 만할 정도의 가난함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언뜻 보면 굉장히 좌파적인 얘기 같지만, 사실 기본소득을 처음으로 주장하기 시작한 건 프랑스의 부유층이다. 주커버그나 머스크 같은 실리콘밸리의 갑부들도 기본소득에 찬성하고 있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기본소득이 제대로 자리를 잡은 사회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심한 불평등이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테니까.

요약: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거다. 이미 불평등 면에서는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안으로 기본소득이 있다.

인공지능을 키워드로 두서없이 막 써내려가고 보니까 트레바리 곳곳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짜집기한 글이 돼 버렸다. 하기야 깨어 있는 시간 전부를 트레바리에 쏟고 있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주된 소스는 트레바리 22. ‘디지털 경제’를 주제로 하는 버티컬 클럽이다. 클럽장은 강정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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