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너지

상관 없어 보이던 것들이 한데 묶여 어마어마한 시너지가 날 때가 있다. 전화기랑 컴퓨터를 합쳐 놓은 아이폰이 그랬고, 레코드 상점과 서점을 합쳐 놓은 츠타야 서점이 그랬다.

서로 엉켜붙어 있는 걸 떼어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서로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돌아가던 두 맥락을 자연스럽게 이어붙이는 건 그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사람도 그렇지 않나. 헤어지는 건 한순간이지만 새로운 인연을 굳건하게 다져나간다는 건 졸라 어렵다.

낯선 것들과 부대낀다는 건 확실히 피곤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건 미지의 영역에 있다. 거부감은 당연한 거고, 반발은 자연스러운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생각은 언제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언제나 하고 있어야 한다. 성취의 유통기한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의 승리가 오늘의 태만함의 재료가 되면, 내일의 생존은 장담할 수 없다.

제국은 언제나 변방에서 탄생했다. 신선함은 밖에서부터 온다. 끊임없이 호기심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 그러다 매력적인 파트너를 발견하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빡세게 붙어야 한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좋은 건 거의 항상 어렵다. 좋은 건 비싸다. 어영부영 어떻게든 그럭저럭 흘러가는 거야 어렵지 않겠지만, ‘자립으로서의 자유’는 갈수록 냉엄한 단어가 되어가고 있다.

내게 시너지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던 둘이 한 곳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시너지를 내려면 다른 줄 알았던 이해관계의 교집합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교집함이라 함은, 이미 존재하던 이해관계여야 한다는 뜻이다. 좋은 의미에서의 새로움은 ‘새롭게 보기’에 가깝다. 맨날 보던 그 풍경을 신선하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해 준다는 뜻이다. 전에 없던 것을 들이댈 때, 우리는 그것을 새로움이라고 하지 않고 ‘특이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특이한 것을 오래 좋아해주지 않는다.

헤헤 쑥씨럽긴 하지만, 트레바리는 지성(교육)과 사랑(커뮤니티)의 시너지를 꿈꾸는 회사다. 그런데 지성이 ‘더 많이 아는 것’이고, 사랑이 ‘서로에게 특별히 여겨지는 것’이라면 사실 둘 사이의 접점은 찾기 어렵다.

지성을 ‘더 현명해지는 것’, 사랑을 ‘상대를 위하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상대를 더 잘 위하기 위해 더 현명해지고 싶은 마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러한 마음이 더 좋은 세상과 더 좋은 삶으로 이어질 거라고 함께 믿게될 수 있다면, 우리는 아마도 꽤나 뿌듯하게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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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너지

설날의 감사 인사

막연히 ‘누군가 독서 모임 운영을 업으로 할 수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즐길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으로 지인 열 명을 모아 유료 독서모임을 열어본 게 작년 5월이었습니다. 6월에는 모임이 두 개가 됐고, 7월에는 세 개가 됐습니다. 8월 한 달간 열심히 준비해 9월부터는 네 개의 모임으로 시즌제를 시작했고, 10월에는 아지트를 계약했습니다. 11월에는 인테리어에 열을 올렸고, 12월에 아지트를 오픈했습니다. 1월에는 새롭게 다섯 개의 버티컬 클럽과 함께 두 번째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어찌저찌 해서 이제는 나름 월세도 내고, 존경하는 이육헌에게 월급도 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는 드디어 사랑스러운 직원 한 분도 모실 예정이고, 다음 시즌에는 이번 시즌 대비 최소 50% 이상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정신없이 바쁘긴 하지만,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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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트레바리. 정말 무턱대고 시작한 모임이었다. 2월이면 어언 10회째를 맞게 되는 트레바리 36.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최종욱형 덕분에 회사에서 나올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정혜승님 덕분에 아지트가 생기기 전, 소나무장학재단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독서모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홍진채형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다달이 빚을 갚고 있었을 거고, 강민구형이 아니었으면 아지트는 절대 이런 모습이 될 수 없었을 겁니다. 이상훈형 덕분에 이번 시즌에 성공적으로 다섯 개의 클럽을 열 수 있었고, 이정모, 황승식, 강정수, 성영아, 도락주님 덕분에 당당하게 어디 가서 ‘트레바리의 콘텐츠는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라고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지트를 꾸미던 때가 생각납니다. 십수 명의 트레바리 멤버들이 옷 버려 가며 페인트칠을 도와줬고, 윤정임과 이인묵님, 송아름님, 홍순상님 등이 각종 집기들을 선물해 줬습니다. 김석원형은 많은 분들이 아지트의 하이라이트로 꼽는 조명을 달아줬습니다. 블라인드도 석원형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함께 만든 셈입니다. 어느덧 트레바리는 170여분의 멤버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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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페인트 칠하던 날. (왼쪽부터) 민석환, 남재현, 문재윤, 김석원, 박현종, 강민구, 윤수영.
트레바리는 트레바리가 만들어 왔고,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트레바리에 제가 기여하는 바가 지금보다 많아질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누군가가 돈을 내고 시간을 맡긴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무거운 일인지, 갈수록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 인사를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하지 못했던 이유는, 너무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려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혹시나 실수로 한두 분을 깜빡하게 될까봐 두렵기도 했고, 서투른 글솜씨 때문에 제대로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까봐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설을 맞아 용기를 내 봅니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넘나 진지해서 살짝 민망한 것!

설날의 감사 인사

150619 – 첫번째 트레바리X쿠르베 음악 감상 파티

쿠르베_1506

1. 싸구려 이어폰으로 들어도 좋아 죽겠는 혁오는 좋은 사운드로 들으면 더 좋습니다

2. 그러니까 우리 모두 혁오를 들읍시다 https://youtu.be/ECMc1SB60E0

3. 아름답고 고귀한 김희윤 누나 덕분에 힙스터 에일을 잔뜩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내일 또 얻어먹겠습니다

4. 술도 마셨겠다 엄청 신나길래 계속 춤췄는데 끝끝내 아무도 나랑 춤 안췄습니다 왜 왜

5. 생각해보니 김재철 사장님은 참 훌륭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이분 덕분에 박성제 대표님이 이렇게 훌륭한 스피커를 만들게 되신 것 아니겠습니까

6. 어째 머리가 점점 버팔로/삼각김밥/대걸레처럼 되어 가고 있습니다

150619 – 첫번째 트레바리X쿠르베 음악 감상 파티

두번째 트레바리36 – 레베카 솔닛, ‘맨스플레인’을 읽고 모여서

버전 2

트레바리36에서 6월에 함께 읽은 책은 레베카 솔닛의 <맨스플레인>. 어쩌다 보니 + 본의 아니게 꽤 시의적절한 책을 고르게 됐다. (Thanks to 소령님!)

비 오는 토요일 오후,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부담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힘겨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과 여 모두 각자의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서로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해 보니, 조금 달랐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견뎌야 할 불편함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만 하는 힘듦은 훨씬 더 불쾌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부산 여자가 드세니까 남자들 손이 올라가는 거 아니겠냐’고 말한 사람이 총리를 하고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으니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굳이 ‘성’에 국한된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권력’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보다 본질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해 보니, 조금 달랐다. 구체적이고 명료한 문제 의식이 아니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기 쉽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나는 성 문제에 대해서는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사람이어 왔는지.

사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은 꽤나 새삼스러운 이야기들이었다. 딱히 새로울 것도 없고, 거진 다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모르고 있었다. 기사로 ‘읽을’ 땐 잘 알지 못했다. 페이스북에서 ‘읽을’ 때는 잘 알지 못했다. 잘 와닿지 않았다. 내 눈앞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듣고서야’ 실감이 났다. 신영복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면, ‘머리에만 머무르던 것들이 가슴까지 왔다’. 확실히 얼굴 맞대고 ‘너’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여야지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그러면서도 유쾌하고 담백하게 주고받는 일들이 보다 빈번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막연한 ‘나’와 ‘너’의 삶을 ‘우리’의 삶으로 엮는 데 대화 말고 또 무슨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다.

더불어 성평등 문제에 대해 둔감했던 나 때문에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더 죄송스러운 건, 내가 그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이게 뭘 대수라고’라는 식의 ‘폭력’을 휘두른 적이 분명 있었을 텐데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이제 덜그럴게요 (사람이 한 번에 훅 바뀌는 게 아니라 아예 안 그런다고 말하기엔 다소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두번째 트레바리36 – 레베카 솔닛, ‘맨스플레인’을 읽고 모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