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에너지 사용법 –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

무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스라엘인’으로 선정되었다는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9월의 트레바리 독토 책이다. 발제자는 이빨쟁이 박정선.


“무엇을 입을 것인지, 아침식사로 무엇을 먹을 것인지 같은 사소한 결정도 피곤하고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매일 같은 옷만 입고 다니냐는 질문에 대한 저커버그의 대답이다.

카너먼에 따르면, 지적, 감정적, 그리고 신체적 자제력은 서로 다른 활동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종류의 에너지에서 나온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감정적 활동을 너무 열심히 하면 신체적으로 약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에 관한 실험도 있다.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나서 감정적 반응을 자제하도록 노력한 뒤 악력기를 잡게 하면, 평소보다 기록이 좋지 않게 나온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조금만 침착하게 생각해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 실수들을 저지르게 된다. 인간은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직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를 ‘인지적으로 바쁜 상태(cognitively busy)’라고 하는데, 인지적으로 바쁜 사람일수록 합리적이지 못할 뿐더러 이기적인 모습을 보일 확률도 높다.

이게 다 직관 때문이다. 직관은 이기적이고 제멋대로고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지만 이 직관은 잘만 갈무리하면 행복함과 창조성의 원천이 된다. 이 직관을 다듬으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인지적으로 바빠진다.’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향성은 크게 두 가지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첫째는 있는 에너지를 잘 아껴 쓰는 것이고, 둘째는 에너지 소비 효율을 개선하는 것.

먼저 에너지를 아끼는 법. 간단하다. 필요없는 데 내 에너지를 쓰지 않으면 된다. ’내 인생을 빛내는 데 별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나를 지적으로, 감정적으로, 또 신체적으로 괴롭히는 것들에게서 최선을 다해 자유로워지면 된다. 생각보다 우리가 무시하고 살아도 되는 것은 아주아주 많다.

삶을 단순화하는 것도 에너지 절약에 큰 도움이 된다. 저커버그처럼 매일 같은 옷을 입어도 될 거고, 금요일 밤마다 으레 찾곤 하는 아지트를 만들어도 되겠다.

두 번째 방법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능숙한 일일수록 거기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은 줄어든다. 기술이 늘어나면 두뇌 영역의 개입이 줄어든다. 같은 문제를 풀 때 똑똑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덜 노력한다. 한마디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에너지는 지적 활동에도 사용되고, 감정적 활동에도 사용되고, 신체적 활동에도 사용된다.

이는 어떤 활동을 통해 기른 자제력이 전혀 다른 곳에서도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고픔을 잘 참는 다 보면 지루함도 잘 참을 수 있다. 짜증을 다스리다 보면 귀찮음도 다스릴 수 있다.

괜히 마시멜로 실험이 책으로까지 나와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게 아니다. 다 연결돼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일상 생활에서 무언가를 자제해야만 할 때, 억울해할 필요가 없지 싶다. 어쩌면 이만한 훈련이 없을 수도 있다. 연습 게임 한다고 생각하고 일상의 고단함을 대하면 그나마 좀 덜 구린 기분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뻔하고 훈훈한 이야기…뭔말이얌ㄴ;햐ㅣㅓㅁ ;ㅣ햐ㅓㅁㅎ


아, 어쩌다 보니 독서모임을 세 개나 하고 있다. 한 달에 세 권의 책을 읽고 세 편의 독후감을 써 내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구나. 무엇보다 쓸 말이 없다. 나처럼 생각 없이 사는 사람한테 한 달에 세 번이나 생각이라는 걸 해서 글이라는 걸 써낸다는 건 참 버거운 일이다.

어쨌든, 이 책도 <과학한다는 것>만큼이나 즐겁게 읽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마구마구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아아 내가 고른 <자기 신뢰>가 제일 구렸다…트레바리36 여러분 죄송합니다…

삶의 에너지 사용법 –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