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하루 세잔 이상 마시면 가슴이 작아진다?

커피를 하루 세잔 이상 마시면 가슴이 작아진다?

찾아보니 2008년 스웨덴의 한 연구진이 영국의 암 관련 학술지(British Journal of Cancer)에 발표한 논문이 시작이다. (이 학술지는 돈을 내야지 볼 수 있게 해놔서 논문을 직접 볼 수는 없다.)

이 논문이 발표되자마자 언론들은 열심히 기사들을 써댔는데, 대충 이런 식이다. ‘커피 너무 많이 마시면 가슴 작아져’ ‘커피를 마실 것인가, 가슴을 지킬 것인가’ ‘커피 컵과 브라 컵 중에 선택하세요’.

그런데 문제는 기사들이 논문을 왜곡했을 뿐만 아니라, 논문 자체도 별로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연구되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세 가지 이유만 들면:

1. 논문에서 가슴 사이즈를 측정하는 방법이 잘못됐다. 단순하게 ‘면적X높이/3’으로 계산했다고 한다. 무슨 원뿔 부피 구하는 공식도 아니고…

2. CYP1A2*1F 유전자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의 가슴 사이즈가 아주 조금 더 컸다. 물론 통계적 오차범위 내에서의 차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참고로 CYP1A2*1F는 유방암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알려진 유전자. 가족력이 있다면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3. CYP1A2*1F 유전자 보유자의 경우라 하더라도, 이 연구결과는 어디까지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뿐,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시간차를 두고 실험을 한 것도 아니다. 커피를 많이 마시도록 한 다음 가슴 사이즈를 측정한 게 아니라, 그냥 불러다 놓고 하루에 커피 몇 잔 마시는지 물어보고 가슴 사이즈 재고 돌려보냈다는 뜻.

참고로 이 연구 결과를 한국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한 건 3년 후인 2011년 정도부터인 듯하다. 그 후로 꾸준히 기사로부터, 블로그로부터,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로부터 ‘하루 세잔 커피는 당신의 가슴을 작게 만듭니다’ 식의 글들이 나오고 있다.

아무튼 ‘커피를 마시면 가슴 사이즈가 작아진다’는 이야기는 아직 아무 근거도 없는 낭설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식으로 근거 없는 정보들이 돌아다니고, 사람들이 이걸 믿고, 그래서 어처구니없는 데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는 걸 볼 때마다 으앙 이건 정말 댓츠 노노다. 그런 의미에서 황승식님과 함께하는 트레바리 넘버스의 갈 길이 참 멀다. 범람하는 정보들을 합리적으로 가려내는 역량을 키우는 일이니. 정혜승님과 함께하는 트레바리 뉴미디어에서도 할 일이 많다. 언론만 바로서도 쓸데없는 소식의 반은 줄어들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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