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의 감사 인사

막연히 ‘누군가 독서 모임 운영을 업으로 할 수 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즐길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으로 지인 열 명을 모아 유료 독서모임을 열어본 게 작년 5월이었습니다. 6월에는 모임이 두 개가 됐고, 7월에는 세 개가 됐습니다. 8월 한 달간 열심히 준비해 9월부터는 네 개의 모임으로 시즌제를 시작했고, 10월에는 아지트를 계약했습니다. 11월에는 인테리어에 열을 올렸고, 12월에 아지트를 오픈했습니다. 1월에는 새롭게 다섯 개의 버티컬 클럽과 함께 두 번째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어찌저찌 해서 이제는 나름 월세도 내고, 존경하는 이육헌에게 월급도 줄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는 드디어 사랑스러운 직원 한 분도 모실 예정이고, 다음 시즌에는 이번 시즌 대비 최소 50% 이상 규모를 키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정신없이 바쁘긴 하지만,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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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트레바리. 정말 무턱대고 시작한 모임이었다. 2월이면 어언 10회째를 맞게 되는 트레바리 36.
여기까지 오는 동안, 많은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최종욱형 덕분에 회사에서 나올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정혜승님 덕분에 아지트가 생기기 전, 소나무장학재단과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독서모임을 할 수 있었습니다. 홍진채형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다달이 빚을 갚고 있었을 거고, 강민구형이 아니었으면 아지트는 절대 이런 모습이 될 수 없었을 겁니다. 이상훈형 덕분에 이번 시즌에 성공적으로 다섯 개의 클럽을 열 수 있었고, 이정모, 황승식, 강정수, 성영아, 도락주님 덕분에 당당하게 어디 가서 ‘트레바리의 콘텐츠는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라고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지트를 꾸미던 때가 생각납니다. 십수 명의 트레바리 멤버들이 옷 버려 가며 페인트칠을 도와줬고, 윤정임과 이인묵님, 송아름님, 홍순상님 등이 각종 집기들을 선물해 줬습니다. 김석원형은 많은 분들이 아지트의 하이라이트로 꼽는 조명을 달아줬습니다. 블라인드도 석원형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함께 만든 셈입니다. 어느덧 트레바리는 170여분의 멤버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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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트 페인트 칠하던 날. (왼쪽부터) 민석환, 남재현, 문재윤, 김석원, 박현종, 강민구, 윤수영.
트레바리는 트레바리가 만들어 왔고,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트레바리에 제가 기여하는 바가 지금보다 많아질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누군가가 돈을 내고 시간을 맡긴다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무거운 일인지, 갈수록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 인사를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하지 못했던 이유는, 너무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려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혹시나 실수로 한두 분을 깜빡하게 될까봐 두렵기도 했고, 서투른 글솜씨 때문에 제대로 진심이 전달되지 않을까봐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설을 맞아 용기를 내 봅니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넘나 진지해서 살짝 민망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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