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숏’과 미니멀리즘

월스트리트에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 수많은 똑똑한 사람들 중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를 예측하거나 대비한 사람들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였다. 비단 08년 금융위기 뿐이겠는가. 월가의 우수한 인재들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어리석어’ 왔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어리석다’. 똑똑한 사람은 정말 매우 드물다.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뭉치면 어김없이 ‘멍청’해진다. 결국 이 세상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이없게 굴러간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일들이 수도 없이 일어나는 이유는, 애초에 상식의 기준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높게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니멀리즘은 언제나 답이다. 조금이라도 복잡해지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어려워지면 안 된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어리석기 때문에, 본인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조차 모를 확률이 높다. 그래서 막 다룬다. 자신이 다루는 금융 상품이 정확하게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팔고 사고 한다. 자신이 입에 담고 있는 여러 멋져 보이는 말들이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민주주의니 정의니 평화니 한다. 물론 나빠서일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머리가’ 나빠서 그렇다. 마냥 악의로만 가득찬 나쁜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흔하진 않다.

문제는 어리석은 사람들의 상대 역시 어리석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이 얼마나 모르는지 모르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믿는다. 그러려니 하고 금융 상품을 사고, 그러려니 하고 표를 던진다. 그리고 놀랍게도 자신이 잘 모르고 선택을 내렸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

그러니 복잡함은 필연적으로 거짓을 낳을 수밖에 없다. 복잡함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복잡함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든 왜곡이 생긴다. 왜곡은 거짓이다. 그리고 거짓이 쌓이면 비극이 된다. 슬프게도, 비극의 피해자는 언제나 그렇듯 약자다.

그래서 쉬워야 한다. 그래서 간단해야 한다. 설령 본인이, 혹은 본인이 속해 있는 집단이 놀랍도록 예외적으로 똑똑하다고 해도, 무조건 쉽고 간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다음 타자까지 똑똑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약자는 쉬움과 간결함으로만 지킬 수 있다.

트레바리 36의 1월 책인 <빅 숏>을 읽고 쓴 글. <빅 숏>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 시장의 몰락에 베팅해 큰 돈을 번 사람들의 이야기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읽어보면 시장의 몰락을 예측하지 못했거나 않았던 멍청이들의 이야기에 훨씬 더 가깝다. 얼마 후에 ‘빅 쇼트’라는 제목의 영화로 개봉할 예정이다. 주연 배우들이 무려 브래드 피드, 크리스천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독서 모임 끝나고 다같이 보러 가면 재밌을 것 같다. 홍진채형 발제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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