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트레바리36 – 레베카 솔닛, ‘맨스플레인’을 읽고 모여서

버전 2

트레바리36에서 6월에 함께 읽은 책은 레베카 솔닛의 <맨스플레인>. 어쩌다 보니 + 본의 아니게 꽤 시의적절한 책을 고르게 됐다. (Thanks to 소령님!)

비 오는 토요일 오후,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남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부담감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힘겨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남과 여 모두 각자의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서로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해 보니, 조금 달랐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견뎌야 할 불편함이 없다는 건 아니지만,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만 하는 힘듦은 훨씬 더 불쾌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부산 여자가 드세니까 남자들 손이 올라가는 거 아니겠냐’고 말한 사람이 총리를 하고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으니까.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굳이 ‘성’에 국한된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권력’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보다 본질적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해 보니, 조금 달랐다. 구체적이고 명료한 문제 의식이 아니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기 쉽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나는 성 문제에 대해서는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사람이어 왔는지.

사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들은 꽤나 새삼스러운 이야기들이었다. 딱히 새로울 것도 없고, 거진 다 알고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모르고 있었다. 기사로 ‘읽을’ 땐 잘 알지 못했다. 페이스북에서 ‘읽을’ 때는 잘 알지 못했다. 잘 와닿지 않았다. 내 눈앞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듣고서야’ 실감이 났다. 신영복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면, ‘머리에만 머무르던 것들이 가슴까지 왔다’. 확실히 얼굴 맞대고 ‘너’가 ‘나’에게 하는 이야기여야지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그러면서도 유쾌하고 담백하게 주고받는 일들이 보다 빈번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 막연한 ‘나’와 ‘너’의 삶을 ‘우리’의 삶으로 엮는 데 대화 말고 또 무슨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다.

더불어 성평등 문제에 대해 둔감했던 나 때문에 불쾌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을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다. 더 죄송스러운 건, 내가 그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이게 뭘 대수라고’라는 식의 ‘폭력’을 휘두른 적이 분명 있었을 텐데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이제 덜그럴게요 (사람이 한 번에 훅 바뀌는 게 아니라 아예 안 그런다고 말하기엔 다소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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