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스플레인’을 읽고

페미니즘이 뭔지 정확하게 잘 모르기 때문에 내가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를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성별 또는 성적 취향 때문에 부적절한 차별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 평균보다는 과감하고, 평소보다는 확고하게 반대하고 또 분노하는 사람이다.

나는 우리 사회의 권력이 여성보다는 남성들에게 더 많이 쏠려 있다고 생각한다. 권력은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쉽게 폭력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여성들이 종종 남성들의 폭력 – 그것이 꼭 신체적이거나 명료하게 드러나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 에 노출된다는 주장은 참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겪은 적이 없거나 적다고 하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남성들의 권력을 분산시키거나, 남성들의 폭력을 방지하는 일련의 움직임들에 찬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들이 법적인 형태보다는 문화적인 형태를 띠길 바란다. 그것이 더 세련된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성의 폭력을 꼬집고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귀찮고 시끄럽고 짜증나는’ 목소리들에도 찬성한다. 이런 목소리들에 귀기울이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거나 조금 더 강제적인 방식으로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합의된 폭력’인 법을 통해서만 폭력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물론 이 목소리들이 조금 더 세련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맨스플레인>에서처럼, 남성의 폭력을 지적하는 많은 목소리들은 대개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다. 그렇지만 개인적 경험의 일반화는 많은 경우 충분한 사회적 설득력을 지니기 어렵다.

게다가 함부로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해 버리면, ‘나는 그렇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반감을 사기 쉽다. 아쉽지만 스스로가 속한 집단의 잘못에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회적 약자로 여겨지는 사람들에게 ‘약자라는 이유만으로’ 조금 더 관대한 시선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약한 것도 억울한데 매력적이기까지 해야 하는 건 너무 억울한 일이다. 누구나 억울한 상황에서는 전투적이기 쉽고, 따라서 매력을 잃기 쉽다.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많은 남자들 입장에선 정말 억울한 일일수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남자로 사는 게 더 쉬운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갖춰야할 것들이 꽤 많은 세상이기도 하다.

그냥 조금 더 타인에 삶에 겸손하게 다가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쉬운 인생은 없다. 누구나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 그 무게를 함께 짊어질 각오도 없으면서 함부로 타인의 삶을 논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

그리고 이왕이면 나는 ‘그러니까 거리를 두는 사람’보다는 ‘함께 짊어지면서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물론 그것과 이것 – 성과 권력, 그리고 폭력 – 은 전혀 별개의 문제지만.

레베카 솔닛의 <맨스플레인 Mansplain :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읽고.

Advertisements
‘맨스플레인’을 읽고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