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을 읽고 느낀 점 10가지

1.

왠지 이 글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낭만은 오글이 되었고
감성은 중2병이 되었으며
여유는 잉여가 되었다.

열정이란 말이 촌스럽지 않던
그 시절이 그립다

– 웹툰 헬퍼, 175화 시대유감 중

2.

‘이타적이고 협력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도 실리적으로도 더 낫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기 위해서 저자는 수많은 지적 권위에 기대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충분히 먹힐 법한 방법론이니까 딱히 깔 건 없겠지만, 개인적으로 연구 결과는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건 어디로 가야 하는지다. 가야 할 곳이라면 어떻게든 그 곳으로 가는 게 맞다.

덧. 만약 웹에 올리는 글이었더라면 ‘이러이러한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는 여러 권위자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 놓고 그냥 링크 처리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러면 읽기 더 편했을 거고. 인터넷으로 글을 쓰는 것의 장점은 그야말로 핵심만 남겨놓고 나머지 것들을 링크로 처리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3.

‘우리는 부자가 되면 행복해질 거라고 굳게 믿는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허수아비 공격이다. 책을 읽는 사람 중 ‘부자가 되면 행복해질 거라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그닥 많을 것 같진 않다. 사람들의 삶이 ‘충분히’ 행복하지 않은 이유를 조금 더 날카롭게 진단해야 한다. 순진한 선의에 대한 대답은 냉소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쌓인 냉소는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4.

불평등, 서열경쟁이라는 단어보다는 ‘넘버 원과 온리 원’의 프레임이 좀 더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의미는 대동소이할지 몰라도, 뉘앙스는 많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5.

세실 언니가 선량한 사람인 건 알겠는데, 대부분의 주장들에 그럴듯한 근거가 딱히 없다…보다 행복한 사회 건설을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6.

“만일 누군가에게 이 플래시몹이 처음 경험하는 정치시위였다면, 분명 우리의 입장에 설득되었을 것이다.” 위험한 표현이다. 독자 중에 ‘나라면 안 그럴 텐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부분은 물론이고 책 전반에 걸친 신뢰가 확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7.

이 책을 읽고 할 만한 이야기들: 과연 선량한 사람들은 대체로 서투른 것인가(ㅜ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8.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쾌한…>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듯하다. 이러면 사람들은 설령 전반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일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 때문에 전체에 대한 판단을 부정적으로 가져가게 된다.

책의 목차가 너무 근사할 경우, 의심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이 책만 읽으면 뭔가 한큐에 많은 부분이 정리가 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일수록. 그런 책이었으면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랐을 거고, 안 유명한데 목차가 쩔면 레알 진흙 속의 진주거나 아니면 그냥 살짝 허황된 책일 수 있다.

9.

책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책이 계속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쓴다는 것은 상대방의 생각에 영향을 끼치고 싶다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네 생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내 생각’을 강하게 강조하는 것이 보다 큰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글쓴이가 독자에게 이미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책을 읽기도 전부터. 유명인이거나 권위자라든가 하는 식으로.

10.

폭풍 까대기만 했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 좋은 의도를 가지고 좋은 내용을 담아 쓴 책이다. 딱히 동의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거의 없고. 그래서 더 엄격하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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