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즈니악의 자서전을 읽고

워즈니악의 자서전을 읽었다. 국내에선 절판된 책이지만, 이따금 중고 매물이 나온다. 출판사에 직접 연락을 해도 살 수 있다고 한다.


워즈니악을 보면, 어린 시절에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어떤 사고방식에 따른 대화를 주로 하는지에 따라, 그리고 어떤 픽션에 몰두했는지에 따라 인생의 많은 부분이 결정되는지를 알 수 있다. 워즈니악의 아버지는 워즈니악에게 정직함과 과학적 사고방식을 가르쳐 주었고, 그가 매일같이 읽던 <톰 스위프트 주니어>는 그에게 엔지니어로서의 이상향을 그려 주었다. 당연한 거지만, 교육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교육이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멋진 일이다.

워즈니악이 밝힌 그의 삶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교육’의 특징 몇 가지가 있다. 반복, 과정, 주체, 기본, 서사가 바로 그것이다.

  1. 반복
    • 워즈니악의 아버지는 아마 ‘정직’이라는 단어를 수도 없이 강조했을 것이다. 아무리 ‘의견’일 뿐이라도, 자꾸 듣다 보면 ‘사실’이 된다. 일종의 세뇌다. 효과적인 만큼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반복만큼 강한 설득력을 가진 건 없다.
    • 그러니까 강렬한 단 한번의 경험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내가 강연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경험이든, 그것이 실제로 유효하기 위해선 ‘정기적’이어야 한다.
    • 그러니 독서 모임이 갑이다.
  2. 과정
    • 워즈니악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그에게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준 적이 없다. 결과를 중시하면 상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본질과 맞닿아 있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 과정을 중시하게 되면 자존감을 기르기도 쉽다. 왜냐하면 비교할 대상이 적기 때문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남들의 결과뿐이다. 그러니까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과정에 집중하면, 스스로에 집중할 수 있다. 남들은 우리에게 ‘과정’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3. 주체
    • 워즈니악의 아버지는 워즈니악 대신 뭘 해주지 않았다. 워즈니악이 직접 무언가를 할 때 그것을 더 잘 할수 있게 도움을 줬을 뿐이다.
    • 가르치는 사람이 더 많이 배운다고 하지 않나. 아무리 좋은 걸 먹어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면 말짱 꽝이다. 그러니 경험을 했으면 반추를 하자.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갖자. 주체성은 여유와 떨어져서는 존재하기 힘든 특성이다.
  4. 기본
    • 워즈니악의 아버지는 이른바 선행학습을 시키지 않았다. 항상 기본 원리를 중시했고, 현 시점에서 워즈니악에게 too much라고 판단되는 내용이 있다면 굳이 더 나아가지 않았다.
    • 기본은 장기적인 시야를 갖추지 못하면 강조되기 어렵다. 실용이나 응용을 강조해도 당장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는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 실용과 그 다음 응용의 결과물이 이전의 결과물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거. 성장은 본질에서 나오고, 본질은 기본으로 길러진다.
  5. 서사
    • <톰 스위프트 주니어>가 워즈니악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돌이켜 보면 내 정신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들 중에도 어릴 때 읽었던 픽션들이 많았다. <삼국지> <로마인 이야기> 그리고 <슬램덩크>를 포함한 각종 소년 만화들.
    • 서사에서 멀어진 사람이 접할 수 있는 세계는 자기가 살고 있는 현실 세계 하나뿐이다. 이는 곧 상상력의 부재를 의미한다. 워즈니악 역시 <톰 스위프트 주니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상상을 해댔는지 신나게 적어두지 않았나. 운 좋게(사실 운 나쁘게) 다이나믹한 삶을 살지 않는 이상, 좋은 서사에의 강렬한 이입 없이 폭넓은 세계관을 갖는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일 것이다.

성인 교육에 관심이 많다. 사람은 평생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위적인 의미에서도 그렇고, 생존의 측면에서도 그렇다.

당위적인 의미에서 사람이 평생 배우고 성장해야 하는 이유는, 이왕 태어나서 살다 가는 김에 최대한 멋지게 살다 가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보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더 설득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고 점점 더 빡세지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면(트렌드), 그리고 빠른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을 것들을 지켜내지 못하면(클래식),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사람한테, 그 다음에는 기계한테.

성인들이 모여 함께 성장해 나가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싶다. 트레바리가 하려고 하는 일이 바로 이거다.


p.s.

두 스티브들은 별 거 아닌 것에 열광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별 거 아닌 거에 열광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따지고 보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별 거 아니기 때문이다. 별 거 아닌 걸 있는 그대로 별 거 아니게 취급하는 똑똑한 사람들은 예술을 할 수 없다. 바보가 아니면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 수 없다. 물론 어떤 점에서 바보가 될 것인지는 중요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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