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클럽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지난 주말, 오랜만에 클럽에 갔다 왔다. 와…엄청 재밌었다. 스트레스 제대로 풀고 옴. (애초에 쌓인 스트레스도 별로 없었던 것 같긴 하지만;;;)

확실히 춤 추는 건 재밌다. 나만 재밌어 하는 건 아니다. 괜히 ‘음주가무’라는 표현이 있는 게 아니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 추는 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놀이문화다. 실제로 지난 주말 함께한 멤버 중엔 난생 처음 클럽에 간 친구도 있었는데, 굉장히 즐거워했다. 원래 활발한 친구였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었다. 낯을 많이 가리는 친구였고, 싫다싫다 하는 걸 억지로 끌고 간 거였다. 새삼 느꼈다. 춤은 어지간하면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구나.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춤 추기 힘든 나라다. 일단 춤 출 곳이 너무 없다. 정확하게 말하면 춤을 추려면 뭔가 마음 먹고 춰야 한다. 보통 클럽에서 춤바람이 일어나려면 적어도 자정은 넘겨야 한다. 그러니까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에 다음 날 날릴 각오 하고 가지 않으면 클럽 갈 엄두를 내기가 힘들다는 거다.

클럽의 분위기도 문제다. ‘전 클럽에 정말로 춤만 추러 가요’ ‘클럽이요? 음악 들으러 가는데요’라고 말하면 보통 비웃음을 산다. 실제로 클럽 분위기가 안 그렇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 갔던 클럽도 그랬다. 물론 정말로 춤만 추는 사람도 꽤 있었지만, 물고 빨고 뜯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이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 키스를 하든 그룹섹스를 하든 그건 그 사람들 자유니까. 그렇지만 클럽에서의 러브 어페어는 춤만 추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클럽을 피하도록 만드는 커다란 장벽이 된다. 자칫하면 ‘어머, 너 프리섹서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으니까.

몇 년 전, 이스탄불에 갔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저녁 7시부터 춤바람이 흐드러지는 클럽들이 많았기 때문이다다. 서울엔 아침 7시에 여는 애프터 클럽은 있어도 저녁 7시부터 춤 추는 클럽은 없다. 그런데 내가 갔던 이스탄불의 클럽엔 저녁 먹고 잠깐 스텝 밟으러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캐주얼하게 오다 보니 옷차림도 평소 옷차림 그대로였고. 우리나라에서 클럽 한번 가려면 등 한번 시원하게 파 줘야 되는 거랑은 사뭇 다른 분위기다.

제일 인상깊었던 건, 클럽에 오는 사람들의 나이대였다. 무려 10대도 있었고, 무려 50대도 있었다. 한마디로 전 연령층이 한 클럽에 다 모였다는 뜻. 그냥 각자 친구들이랑 와서 가볍게 술 마시며 (10대들은 음료수) 춤 추는 거다. 춤도 다 달랐다. 할배들은 느릿느릿 흐느적댔고 십대들은 폴짝폴짝 끄적였다. 그때 유행하던 노래가 ‘We No Speak Americano’였는데, 백발 성성한 부부가 이 노래에 맞춰서 마카레나 춤을 추는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춤을 많이 출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드나들 수 있는 춤판이 벌어져야 한다. 저녁 먹고 잠깐 들러서 한두시간 빡세게 추고 대중교통 끊기기 전에 집에 갈 수 있는 클럽이 많아져야 한다. 술담배랑 부비부비 없이 말 그대로 춤 추러 갈 수 있는 클럽이 많아져야 한다. 10대부터 50대까지 같은 노래에 맞춰서 각자 다른 춤을 춰도 민망하지 않은 클럽이 생겨야 한다. 평일에도 부담없이, 클럽이 일상에 스며들 수 있어야 한다. 노래와 춤이 사라지니까, 자꾸 사람들이 술만 처먹잖아.

아, 그리고 춤 추면 운동도 된다. 클럽 가서 흔든 거 따져 보면 최근 한 달 동안의 운동량은 될 듯. 하도 안 움직이고 살다 보니 ㅋㅋㅋ클럽 나오는데 다리가 다 후들거리더라…

매일 클럽 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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