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t the Runway, 패션 업계의 넷플릭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의 두 공동창업자가 2009년 뉴욕에서 시작한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 대여 서비스. 역시 하버드는 뉴욕, 스탠포드는 실리콘밸리인가. 2013년부터는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매장이라기보다는 쇼룸 개념인 듯.

먼저 사업을 시작하기까지의 이야기.

  1. 두 공동창업자는 정기적으로 만나 창업 아이템을 찾던 사이였다고 한다. 둘 다 이름이 제니퍼. Hyman 쪽이 CEO를 맡고 있다. Fleiss 쪽은 head of business development. 뭔진 모르겠지만 높은 거겠지…
  2. 사업 모델은 여동생이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고가의 드레스를 지르는 것을 본 Hyman이 생각해 냈다고 한다. 그리고 곧장 하버드 학생들을 상대로 테스트한 다음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3. 이들은 SNS가 발달할 수록 여자들이 점점 더 새 옷을 많이 살 거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여자들은 같은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리기 싫어하기 때문. 그럼 난 뭐가 됩니까
  4. 그나마 페이스북 때만 해도 버틸 만했는데, 인스타그램의 유행 이후 미국 여자들이 ‘새로운 스타일’ 때문에 느끼는 압박감은 장난이 아닌 모양이다. 평균적으로 미국 여자들이 한 해 동안 사는 옷은 64벌. 놀랍게도 그 중 절반은 딱 한 번만 입는다고.
  5. 처음에 사업계획서 없이 피치로만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받은 첫 투자 때의 밸류에이션이 500만 달러. 개인적으로 사업 모델을 ‘Big closet’이라는 직관적이고 명쾌한 표현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는 점이 참 멋져 보인다.
  6. 지금은 ‘의류 렌탈 업계의 넷플릭스’로 불리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다음과 같다.

  1. 대여 기간은 4일 또는 8일. 대여료는 소매가의 10% 정도. 몇몇 인기 아이템들은 꽤 비싸다. 내가 좋아하는 베라왕 드레스는 4일 대여료가 무려 250달러. 원래 가격은 1,600달러다.
  2. 사이즈 변경을 위한 배송비는 무료.
  3. 작년부터 구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달에 75달러를 내면, 드레스를 제외한 모든 옷을 무제한으로 대여할 수 있는 것. 맘에 들면 돌려주지 않고 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고 한다.
  4. 옷에서 시작했지만, 잡화와 악세사리도 함께 취급하고 있다.
  5. 이 사업의 핵심은 예상 외로 세탁. 새 옷으로 못 돌려 놓거나 오래 걸리면 그게 곧 손해기 때문이다.
  6. 그래서 본의 아니게 Rent the Runway는 미국에서 가장 큰 세탁소가 됐다. 기준은 시간당 세탁하는 옷의 무게.
  7. 숙련된 드라이클리닝 기술자의 시급은 30달러가 넘는다고.
  8. 평균적으로 한 옷이 대여되는 횟수는 30번 정도. 그 다음엔 헌 옷 티가 너무 많이 나서, 샘플 세일로 팔아야 한다고 한다.
  9. 처음에 Hyman이 투자자들 앞에서 피치를 할 때 예상한 평균 대여 횟수는 12회였다. 그 때 투자자들의 반응은 ‘8번도 많다’였다고.
  10. 세탁 다음에 신경써야 할 부분은 배송. 일정의 차질이 생기면, 그 고객은 대개의 경우 다시는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얘네들이 얼마나 잘 되고 있냐 하면…

  1. 아직 적자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 작년 매출은 1억 달러.
  2. 종업원 수는 250명 정도, 회원 수는 5백만.
  3. 지금까지 1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기업가치는 최소 4억 달러에서 최대 6억 달러 정도로 추산.
  4. 아마존이 전자책 시장에서 시작해 없는 게 없는 온라인 시장으로 컸듯, Rent the Runway 역시 의류 업계에만 머무를 생각은 없다고 한다. 렌탈 계의 아마존이 되는 게 이들의 비전이라고.
  5. 투자사 중 하나인 Kleiner Perkins의 파트너 Juliet de Baubigny의 코멘트가 인상깊다. “우리는 (투자 결정 당시에) Rent the Runway를 패션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Rent the Runway는 공유경제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세대의 만남이라고 봐야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 자체의 매력과 위에서 언급한 세탁 및 배송을 제외한 나머지 성공 요인.

  1. 모든 기업이 그렇듯, Rent the Runway도 슬럼프를 겪었다. 이 때 도움을 준 게 데이터. 왜 안 나오나 했다
  2. 일 년도 넘게 성장이 정체되자, 두 창업자는 남은 투자금을 탈탈 털어 데이터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고, 이게 먹혔다. 데이터 덕분에(?) 모바일의 중요성도 늦지 않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Rent the Runway 트래픽의 절반은 모바일에서 나온다.
  3. “순진했던 게 오히려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이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으면 시작을 안 했을 거거든요.” Jennifer Fleiss가 한 말이다. 멋진 일을 하기 위해선, 어떤 일에서 똑똑하고 어떤 일에서 무식할 지를 잘 결정해야 하는 것 같다.
  4. 두 공동창업자 간의 팀웍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CEO인 Hyman이 큰 그림을 보는 편이라면, 전략을 담당하는 Fleiss 같은 경우 디테일에 능한 편. “Hyman was always going big-picture, while Fleiss was better at figuring out how to get things done.”

지금까지 소개했던 다른 회사들과는 다르게, Rent the Runway의 모델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항상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 워싱턴포스트도 작년 말 이를 까는 기사를 썼다. 우리가 생산에서 중고 유통 쪽으로 관심을 돌린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아무리 정당한 방식으로 옷을 생산해봤자, 아예 안 만드는 것보단 나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옷을 만들어 파는 입장에서 옷을 사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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