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평준화의 시대에서 비즈니스질 하기

얼마 전에 신촌을 대표하는 참치집에서 저녁을 먹는 호사를 누렸다. 그런데 서비스가 최악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따위 서비스로 신촌이라는 거대한 상권에서 특정 메뉴를 대표할 수 있는 거지? 대답은 간단했다. 옛날엔 이정도면 충분했으니까. 실제로 이 식당은 급격하게 망해가고 있다고 한다. 이젠 분위기도 좋은데다가 가격도 합리적이고 친절하기까지 한 맛집이 너무 많다.

그러고 보니 미술 전시를 볼 때도 이런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다. 그림을 엄청! 무지! 많이! 잘 그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졌다. 더 이상 그림을 잘 그리는 것만으로는 미술 시장에서 활약할 수가 없게 됐다. 아, 바야흐로 상향평준화의 시대구나.

예전에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워낙 드물었기 때문에, 웬만큼 구려도 충분히 ‘이정도면 좋은데?’라는 느낌을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이지 거의 완벽한 제품이나 서비스조차도 아주 평범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여겨지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이제 제품이나 서비스의 ‘퀄리티’는 좋을 경우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요소가 아니라, 구릴 경우 소비자들을 이탈하게 만드는 요소다.

어떻게 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행복해진 거다. 어딜 가도 우리는 그 분야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기능, 서비스, 혹은 그림 실력 등을 거의 완벽에 가까운 퀄리티로 누릴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워낙에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그 좋은 퀄리티의 제품과 서비스들은 갈수록 낮은 가격에 제공되고 있다. 와…세상 엄청 좋아졌네?

문제는 우리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이기도 하다는 거다. 아니, 도대체가 아무리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도 남는 게 없다. 다 잘하니까. 힘들게 쌓아올린 ‘본질’의 힘만으로는 생존할 수가 없다. ‘본질’이 ‘핵심’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본질’을 외면했다간 바로 나가리…슬프게 벌어서 행복하게 쓰는 세상이다. 근데 벌이가 슬퍼서 행복하게 쓸 기회가 없어요

상향평준화의 시대에서는, ‘즉각적인 경험 그 이상의 무언가’가 아니고서는 차별화가 어렵다. 아니 그런데 ‘그 이상의 무언가’가 도대체 뭐냐고…도대체 사람들은 수많은 완벽한 것들 사이에서 무슨 기준으로 선택을 하냐고…완벽한 제품과 서비스는 다른 완벽한 서비스들과 어떤 식으로 차별화될 수 있냐고…

모른다 ㅋㅋㅋ실제로 차별화된 무언가를 만들어본 적도 없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ㅋㅋㅋ그렇지만 어렴풋한 가설은 있다. ‘사회적 아이덴티티 형성’이다. 예를 들면, 신촌에서 밥 먹으면 ‘대학생’이 되고, 연희동에서 밥 먹으면 ‘트렌드 세터’가 된다. 똑같은 옷이라도, 어떤 라벨을 붙이느냐에 따라 가격은 세 배 차이가 나고, 판매량은 삼십 배 차이가 난다. (그러면 매출은 구십 배 차이가 나고, 직원들 월급은 세 배 차이가 난다. 나머진 ‘리스크를 감수하신’ 사장 각하와 주주 폐하 꺼…그러니 억울하면 창업을 하시고, 엑싯한 다음 VC 하세요…)

내 생각에, 이 ‘사회적 아이덴티티’를 대규모 단위에서 비즈니스적으로 승화하려면 두 가지를 자극해야 하는 것 같다. 허영심이랑 관음증이다. 허영심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관음증은 그렇게 해서 구매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퍼지는 growth hacker 역할을 한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 허영심이랑 관음증을 노리고 기획하는 비즈니스는 보통 천박하기 쉽다. 아니면 곧 천박해지거나. (물론 천박한 비즈니스로 성공해도 영웅 되는 데는 아무 문제 없다. 영웅 되고 싶으면 가치고 뭐고 돈이나 버세요…)

그럼 도대체 사회에 ‘일정 규모 이상의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면서, 비즈니스적으로도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실리콘밸리밖엔 없다!는 아니고…아니, 그런데 또 맞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 하면, 실리콘밸리 같이 특수한 문화를 가진 집단 중에는, 과시적인 의미의 사회적 아이덴티티가 아니라, 정말로 가치 있는 제품 혹은 서비스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가치관과 경제력을 가진 소비자군이 형성되어 있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특수한 집단이 사회에서 롤 모델로 여겨지기까지 하면, 바로 여기다. 여기서 시작해서 퍼져 나가면 된다. 그러면 ‘가치있는 비전’을 ‘핵심’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탐스를 예로 들면 좋을 듯하다. 초기의 탐스는 가치있는 소비에 공감하는 사람들한테 팔렸다. 그러다가 그러한 소비자들 중에 스칼렛 요한슨이나 키이라 나이틀리 같은 헐리우드 언니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언니들께선 파파라치 컷에 간지나게 찍혀주셨다. 그 다음에는 뭐…이제 관음증과 허영심 차례다. 모여라 전세계의 힙스터들이여!

정리하면, 적어도 제품과 서비스의 영역에서 사회는 급격하게 ‘상향평준화’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제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은 어떤 비즈니스를 성공하게 만드는 ‘핵심’이 아니게 됐다. ‘핵심’은 고객에게 매력적인 ‘사회적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허영심을 자극하는 이 ‘사회적 아이덴티티’는, 관음증을 타고 퍼진다. 그러나 그만큼 천박해지기도 쉽다. 천박함을 피하려면, 초기 고객들이 ‘가치 있는 사회적 아이덴티티’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고객군들의 롤 모델이기도 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말은 쉽고 실행은 어렵다

쓰고보니, 본질이며 핵심이며…용어 한번 자의적이네 ㅋㅋㅋ본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텔로스랑 비스무리하게 이해하면 될라나? 핵심은 뭐지?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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