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한 참치집

오랜만에 신촌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것도 무려 참치. 물론 처음부터 참치를 먹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난 거지니까. 그냥 걷다가 ‘2만 2천원에 신선한 참치회가 무한리필’이라고 쓰여 있길래…어쨌든 큰맘 먹고 참치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주인 할머니한테 혼났다.


“2만 2천원짜리 무한리필 메뉴 주시겠어요?”

“그거 시켜봤자 먹을 거 하나도 없어! 스페셜(2만 8천원짜리) 시켜!”

“저희가 돈이 별로 많지 않아서요…^^;;;”

“고작 6천원 차인데 뭘 그렇게 쫀쫀하게 굴어!”

“죄송한데 그러면 그 중간에 있는 2만 5천원짜리 메뉴로 하면 안 될까요…?”

“안 돼!”

“저희가 돈이 정말로 없어서요…”


아니, 먹을 거 하나도 없으면 그 메뉴는 왜 만든 거야…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2만 5천원짜리 메뉴를 주문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술은 안 시킬라고?”

“아, 저희가 술을 잘 못해서요…”

“술 안 마시면 참치만 많이 먹게 돼! 그럼 돈이 안 돼!”

“허허허…^^;;;”


참치만 축낼 생각이냐며 엄하게 꾸짖는 할머니와 한번 더 실랑이를 벌이고 나서야, 우리는 참치를 먹기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이것도 끝은 아니었다. 이번엔 주방장 아저씨 차례였다.


“요즘은 피시방 가도 할 게임이 별로 없어요.”

“에…? 네…?”

“현질 안 하면 도대체 제대로 할 수가 없거든요.”

“아…그렇군요…ㅎㅎㅎ”

“ㅇㅇㅇ할 땐 ㅇㅇ만원까지 써 봤어요.”

“아…그렇구나…ㅎㅎㅎ”

“ㅁㅁㅁ할 땐 ㅁㅁ만원까지 써 봤구요.”

“아…그러셨구나…ㅎㅎㅎ”

“ㅅㅅㅅ도 한 적 있었는데, 왠지 이거 시작하면 돈 엄청 많이 쓸 것 같아서 안 했어요.”

“오…그러셨군요…ㅎㅎㅎ”

“참, ㅈㅈㅈ도 했었구나. 그 땐 아마 ㅈㅈ만원정도 썼을 거에요.”

“…”


식사하는 내내 아저씨 얘기를 듣느라, 우리끼리는 거의 한 마디도 나누지 못했다. 얌전히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앞에서 계속 얘기하는데 무시하고 먹기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우리가 첫 손님이라고 했는데, 결국 우리가 나갈 때까지 다른 손님은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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